34일간의 제주도여행기

생각만으로도 즐겁기만 하던 제주도여행이 아쉽게도(?) 끝이 났다. 

준비기간동안 힘들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아픔을 남겼지만 비용을 아낀다는 첫 번째 목적은 이루어낸 것 같아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소수인원의 적극(?) 추천으로 과대표를 한 것이 내 인생에 조그만 고생의 시작이었다. 물론 그 당시 술의 힘에 이기지 못해 수락한 나의 어리석음도 한몫 거들었다. 여하튼 일단 과대표를 시작한 이상 모두에게 즐겁고 기억에 남는 졸업여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순조롭기만 할 것 같던 계획이 여행날짜가 하루 이틀 다가올수록 꼬이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330분에 출발 예정이던 여객선이 검사 때문에 휴항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어쩔 수 없이 새벽기차를 타고 목포에서 9시 여객선을 타는 방법을 택했다. 사람들에게 이런 계획을 얘기하면 모두 xx짓이라고 할 것 같은 마음에 극비리에 진행했다. 결국 다 들통나기는 했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중요한 작전 같은 재미도 느껴졌다

드디어 출발당일 일단 전초전으로 노천극장에서 삼겹살과 소주한잔을 아니 두잔 인가? 어쨌든 많이 마셨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무리한 계획을 진행할 용기가 없었던지 그날 따라 소주가 맛나게 느껴졌다. 소주, 라면, 게임으로 집합 시간인 12시까지는 너끈하게 버틸 수 있었다. 출발 전에 상징탑 앞에서의 사진한방 이때부터 나의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김수진의 꼬물 사진기가 찍히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때 나타난 별님이의 열라 좋은 사진기가 마음을 풀어주기는 했지만 ... 이러한 사건을 뒤로하고 서대전역으로 출발, 1230분경에 도착했다. 출발시간 1시간 10분전, 우리가 할 수 있는 놀이는 다 했다.

기차를 타고 대전을 떠나서 네시간 반 만에 목포에 도착했다. 마음은 이미 제주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갈 길은 아직 멀었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배에 올랐다. 사실 그렇게 큰배를 타 보는 건 처음 이었지만 촌놈이라고 놀림 당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곱 시간 동안 배를 타면서도 불평하나 없던 친구, 후배들을 보면서 여행계획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제주도 땅을 밟았을 때 만감이 교차하면서 그 동안의 걱정들이 모두 사라졌다. 여객선 터미널을 나오자 예약한 렌트카 회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이수용님 이라는 아~주 큼지막한 피켓을 들고 마중을 나왔다. 차에 대한 알아듣지도 못하는 설명을 듣고 첫 번째 숙소인 웅지리조트로 향했다. 우리의 기사님, 창수의 능숙한 운전솜씨로 야자나무가 줄지어있는 도로를 따라서 숙소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도깨비도로에 들렀다. (참고로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꼭 렌트를 하시기 바랍니다. 자전거 혹은 시내버스여행 절대 불가능) 세상에 이런일이, 기어를 중립으로 놓은 15인승 봉고차가 언덕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사실은 내리막인데 착시현상을 일으켜 오르막처럼 보인다는 뒷 얘기가 있었다. 모두의 성원에 힘입어 도깨비도로를 두어번 질주(?)하고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도로 주변에 바람에 몸을 싣고 흔들리는 하얀 억새풀들과 그 주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있는 나처럼 쫙 빠진 (ㅋ ㅋ ㅋ) 말들을 보면서 숙소로 향하는 길 내내 차안에서는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가끔은 제주도의 화려한 경치가 외국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히 짐 정리를 마치고 남자들 중심으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교수님이 손수 만드신 김치찌개와 각자 준비해온 밑반찬으로 허기를 면하고 나서 본격적인 제주도의 첫날밤이 시작되었다.

양주와 맥주, 과일로 장식되어진 방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모두가 함께 건배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편을 나누어 말하지 않고 몸으로만 사자성어를 설명해서 맞추는 게임이었다. 타이틀은 아침식사 당번...... 아마도 이때부터 주유를 위한 졸업여행이 시작된 것 같다. 주유의 화려한 몸놀림에 그 누구도 입을 다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푸하하 언중유골........ 여행의 피곤함 때문인지 여학생들의 주량이 평소 실력의 반정도 밖에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았다. 덕분에 양주에 눈이 먼 나만 술주정뱅이라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첫날밤은 저물어가고 제주도의 아침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밥값을 아낄 수 있는 유일한 식사, 라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제주도에서의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관광지는 성산 일출봉이었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안고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콜로세움을 보는듯한 전경과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교수님들 연구실에 확대사진 걸려있습니다) 조그만 기념품도 구입했다. 기념품가게에서 주는 커피한잔으로 섬 사람들의 뭇 사람들에 대한 인심도 함께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일출봉의 뛰어난 경치 때문에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장소인 천지연 폭포로 이동 하였다. 바닷가 바로 옆으로 길이 나있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천지연 폭포로 가는 길에 해녀들한테 손도 흔들고 먹는 시간과 관광하는 시간외에는 잠만 자는 여학생들에게 가축이라는 별명도 지어 주었다.

배가 고프다고 투덜대는 친구들을 이끌고 깍아 놓은 듯한 절벽에서 물이 떨어지는 천지연 폭포를 보고 나서야 점심을 해결 할 수 있었다. 모두들 갈비탕과 육계장이 맛있다고 떠들어 대지만 맛있는 점심을 위해서 일부러 식사시간을 늦춰서 허기지게 만든 내 덕이라는 걸 아시는지?^^

둘 째날의 하이라이트는? 중문 해수욕장..... 모두들 입 모아서 이렇게 말하겠지요. 맑은 바닷물과 고운 모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해수욕장에 왔는데 모래사장에서 기마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형배형, 주담이형, 득규형, 창수, 태미, 현아 vs, 상록, 한철, 주유, 무겁지만 깡이 좋을 것 같은 경화와 혜경이, 이렇게 편을 나누어서 다음날 아침 당번을 정하기로 했다. 승리는 당연히 우리팀이 이겼다. 역시 무거워서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의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이렇게 게임을 마치고 나니 패한 팀이 아쉬웠던지 헤비급 경기를 도전해 왔다. 우리팀의 선수는 별님이 상대팀의 선수는 서옥이, 역시 승리는 우리 것이었다. 헌데 혜경이를 둘이서 들 때보다 별님이를 셋이서 들때가 더 무거운건 왜 그럴까?(ㅋ ㅋ ㅋ

바다에서 좋은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물에 빠뜨리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눈짓으로 싸인을 보내고 우리는 일제히 교수님께 다가갔다. 교수님을 물에다 넣는 순간 우리가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교수님의 복수가 바로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희생양 이한철.... 한철이를 시작으로 한철이와 교수님이 한 편이 되어서 하나 둘씩 물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고 애절하게.....

나는 돈지갑을 핑계삼아 요리조리 피하다 다 들어 올 때까지 안나 오신다는 교수님의 협박에 못 이겨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물에서 신나게 놀다가 내가 들어가니까 왜 다 나오는 것일까? 완전히 작전에 걸려 들었다. 그렇게 나와서는 샤워장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건장한 청년들이 알몸으로 샤워를 하는 모습....상상하지 마세요

그렇게 지치도록 놀다가 숙소로 옮기고 나서 제주도의 회를 맛보았다. 교수님의 주머니를 빌려서 맛나는 광어회와 매운탕을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다. 회와 함께 먹는 소주라서 그런지 망가지는 사람이 한 두명씩 늘어났다

둘째날의 게임은 우리집에 왜왔니....... 게임이 사람들을 망가지게 하는데 한몫 했다. 눈이 풀려버린 서옥이, 술 만 먹으면 사라지는 형배형과 형수님(벼얼니미), 가까이에 있는 형배형을 못 찾아서 ?형배 어디갔나 찾아봐?를 외치며 헤매고 다니던 주담이형, 41의 인기에 휩싸인 주유, 주유를 향한 마음을 들켜버린 리이지니, 술 취해서 집에 안가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집에 보내달라던 수진이, 박수홍 춤의 달인 혜경이 마지막으로 나이를 잊고 열심히 노력하시다 12시만 넘으면 쓰러져서 주무시는 교수님 모두들 즐거운 여행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새벽까지 모두들 자기의 끼를 보여주고 느즈막히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아까운 시간은 무심하게도 흘러가 또 아침이 돌아왔다. 아니 이럴수가 간밤에 둘이 사라졌다 돌아온 형배형과 그의 연인이 다정하게 어제 저녁때 먹고 남은 광어와 오징어를 튀기고 있었다. 마치 분식집 주방의 금슬 좋은 부부처럼 아주 다정하게........ 내가 술이 덜 깼었나?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 되었다. 오늘의 일정은 한라산 등반... 주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모두들 한라산으로 출발했다. 어울목을 지나 영실로 도착하는 꼬불꼬불한 산길처럼 현아의 뱃속도 꼬였나보다.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애처롭게 쳐다보던 현아, 우리모두 폭음하지 맙시다. 영실 휴게소에서 한라산 1700미터까지의 등반, 만만하게 보다가 큰코다친다는 말이 떠올랐다. 전날 다들 너무 무리한 것일까? 교수님의 거친 숨소리 교수님 역시 나이는 못 속입니다. ^^ 붉게 물든 한라산의 풍경과 병풍처럼 늘어서 있던 병풍바위가 어우러져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힘들게 등반을 마치고 용두암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용머리모양의 바위가 멋지게 솟아 있었다. 어느덧해가 저물어가고 마지막밤을 위한 준비가 시작 되었다.

마지막날인 만큼 양주로 하기로 했다. 첫날을 교훈 삼아 오늘은 절 때 빨리 마시지 않겠노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광란의 마지막 밤이 시작 되었다. 다들 피곤해 보였지만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보였다. 주담이 형의 선제공격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형배 형과 한철이 마지막으로 형배 형의 혼을 빼놓은 형수님의 당신의 의미....... 아주 좋아요^^;  이렇게 마지막 밤은 깊어 갔다. 마지막날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모두를 깨웠다

여행 마지막날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귀찮아 하는 것 같았다. 밖에서는 우리가 떠나는 것을 제주도의 하늘도 아는지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마음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덜어 낸 것 같아서 후련하기도 했지만 좀더 계획성 있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해 지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배가 좀 흔들려 약간 고생한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할머니들의 신나는 노래 소리에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완도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다들 피곤했는지 금방 골아 떨어졌다. 광주에서 다시 대전으로 오는 버스를 갈아타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

장장 12시간을 거슬러 올라와서 대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졸업여행은 끝이 났다. 모두들에게 돌아오는 길이 힘겹게 느껴지게 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학교에서 나누지 못했던 정을 바다 건너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했다는 것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힘들게 시작되었고 걸림돌이 많았던 준비과정 속에서 많이 도와주고 또 내가 하자고 하는 대로 따라주었던 친구들 후배들 교수님에게 너무나 감사 드리고 준비하는 도중에 너무 짜증스럽고 힘들어서 다 치워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즐거운 여행 길에 빠듯한 경비로 돈에 대해 너무 인색하게 굴었던 점 다시 한번 이해해 주시길 ....... 모두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 다들 알고있지요? 마지막으로 부과대야 수고 많았다^